독일과 슬로바키아의 외교 관계는 1993년 슬로바키아 독립과 함께 공식적으로 수립되었다. 과거 나치 독일 괴뢰국 시절의 복잡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오늘날 유럽연합(EU)의 회원국으로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 정치, 문화 전반에서 상호 교류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산업 협력과 학술 교류를 통한 파트너십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 경기에서의 충격적인 결과로 양국 관계가 언론에 다시 조명되기도 했다.
2026년 월드컵 예선에서 슬로바키아가 독일을 2-0으로 꺾으며 독일의 월드컵 예선 원정 첫 패배를 기록한 사건은 단순한 스포츠 결과를 넘어, 두 나라가 대등한 경쟁자로 주목받는 순간이 되었다. 역사적 상징성과 현대적 우호 관계가 교차하는 독일-슬로바키아 관계는 과거의 상흔을 넘어 미래 지향적 발전을 모색하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2026 월드컵 예선 독일 패배
2024년 9월 4일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예선 A조 경기에서 독일은 슬로바키아에게 0-2로 패배했다. 이는 독일이 월드컵 예선 원정에서 처음으로 당한 패배였다. 독일은 전반 42분 플로리안 비르츠의 실책으로 다비드 한치코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며, 후반 55분 다비드 스트렐레츠가 안토니오 뤼디거를 제치고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경기 내내 독일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경기에서 감정을 보여주지 못했고, 상대가 훨씬 간절하게 임했다”라고 말하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독일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재능보다는 노력과 투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독일은 포르투갈, 프랑스와의 경기 패배에 이어 3연패를 기록하며, 2014년 월드컵 우승 이후 계속되는 부진을 증명하게 되었다. 독일은 다음 경기에서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예정이다.
역사적 배경: 나치 독일과 슬로바키아
두 나라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복잡한 역사다. 당시 슬로바키아는 나치 독일의 괴뢰국으로 존재했던 제1공화국을 통해 히틀러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이 시기 독일은 슬로바키아를 동유럽 확장의 발판으로 삼았고, 이는 오늘날에도 역사적 논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독일과 슬로바키아는 과거사를 직시하면서도 미래 지향적 관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요제프 티소와 슬로바키아 제1공화국
요제프 티소는 가톨릭 신부 출신으로, 1939년 나치 독일의 지원을 받아 성립된 슬로바키아 제1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종교인으로서 온건한 이미지를 보였지만, 점차 파시스트 독재자로 변모하였다. 그의 정권 하에서 슬로바키아는 나치 독일의 괴뢰국으로 운영되었고, 강력한 반유대주의 정책이 시행되었다.
‘유대인법’을 통해 유대인들은 재산권을 박탈당하고, 교육과 직업 기회를 잃었으며, 사회 전반에서 배제되었다. 슬로바키아 민족 봉기가 일어났을 때 티소는 독일군과 함께 이를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수많은 희생자를 남겼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오스트리아로 도피했으나 미군에 의해 체포되었고, 1947년 나치 협력과 내란죄로 처형되며 역사 속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 그의 존재는 독일-슬로바키아 관계사에서 가장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다.
1938년 뮌헨 협정과 체코슬로바키아 분할
1938년 9월 뮌헨 협정은 독일-슬로바키아 관계사에서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4개국이 체코슬로바키아의 참여 없이 진행한 이 협정을 통해 주데텐란트 지역이 나치 독일에 할양되었으며, 이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히틀러는 당시 이를 “마지막 영토 요구”라고 주장했지만, 곧 이를 파기하고 체코 전역을 점령하며 뵈멘-메렌 보호령을 수립했다.
이와 동시에 슬로바키아는 독일의 압박 아래 독립을 선포하고 나치의 괴뢰국으로 전락했다. 뮌헨 협정은 단순한 외교 문서가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도화선이 되었으며, 체코슬로바키아 해체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네빌 체임벌린이 선언한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는 불과 6개월 만에 무너졌고, 이는 유럽 현대사에서 교훈적 사례로 남아 있다.
현대적 관계와 향후 전망
과거의 복잡하고 비극적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슬로바키아는 오늘날 EU 회원국으로서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양국은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강화하며 무역, 투자,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문화와 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년 세대 사이에서는 역사적 상흔보다는 유럽 공동체 속에서 함께 성장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향후 독일과 슬로바키아의 관계는 유럽 내 에너지 정책, 안보 협력, 스포츠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를 교훈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두 나라의 여정은 유럽 통합 과정 속에서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